민지의 적응과정이 요란하네요

지난 토요일 민지 아빠랑 통화를 했습니다.
아마 일기가 잘 안올라와서 궁금하셨나 봅니다.
최근 민지의 상태를 대략 말씀드렸습니다.

민지가 대안가정에 오기전에 상황이 몹시 불안한 상태였답니다.
일을 하면서 애들을 양육해야 했기 때문에 아빠는 항상 민지에게 미안한 마음이셨지요.
제맘대로 안되면 떼를 쓰곤 하는데, 아빠는 안쓰러운 마음에 주로 들어주시는 쪽이었다고 합니다.
아이의 마음을 다치고 싶지 않으셨겠지요.
민지가 대안가정에서 떼를 쓰며 고집을 피우는 것은 아빠에게 그런 방법이 통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다른 면으로는 그만큼 대안가정 이모가 민지에게 편안한 사람이라는 증거지요.
떼를 쓰다가도 아빠가 들어주지 않을 경우에는 억지로 토하기도 했데요.

억지로 토하는 것은 아이의 건강에도 여러모로 좋지가 않답니다.
민지에게 차분하게 잘 설명해주고, 거실이나 방에서 토할 경우는 일차적으로 민지가 처리하도록 하시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제가 토해놓은 오물을 한번 치워보면 그런 행동이 감소될 수 있을겁니다.
물론 제대로 치우기야 하겠습니까.
나중에 이모가 다시 정리해야 할 겁니다.
한두번은 실행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민지 아빠에게도 그렇게 말씀드렸답니다.

위탁된지 3개월까지는 아동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많은 갈등상황이 벌어집니다.
이제 대안가정 가족들이 익숙하고 편한해졌고,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드러내기 위해서 양육자를 테스트하게 됩니다.
물론 의식적이라기 보다는 무의식적인 행동들이랍니다.
이 시기에는 대부분의 양육자들이 몹시 힘들어 하십니다.
부정적인 행동에 대해 지적하기 보다는 긍정적인 행동을 했을때 더 많이 격려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게 말이 쉽지 일상에서는 참 힘들답니다.

민지 이모님!
너무 잘하시려고 하지 말고, 좀 느긋하게 기다려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계십니다.
우리 모두 불완전한 사람들인데 어찌 마음먹은대로 상황을 다 조절할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아이들은 자기가 이제껏 해온대로 익숙한 행동을 계속하게 된답니다.
지극히 정상적인 위탁과정이랍니다.
자신을 탓하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민지가 지금 떼를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대안가정 가족들 뿐일 것입니다.
떼를 쓰는 것보다 협조할 때 더 이쁨받는다는 것을 민지도 곧 느끼게 되겠지요.
민지 아빠도 민지가 대안가정에 잘 적응해서 지내기를 희망하신답니다.
그리고 대안가정 이모님이 민지에게 최선을 다하고 계시다는 것을 알고 계시구요.
우리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생활하도록 합시다.
이제 조금만 더 지나면 지금의 이 상황을 되돌아보며 웃으실 날이 있을 거에요.
민지 이모, 화이팅입니다!

이    름 :	김명희
날    짜 :	2005-02-27(15:00)
방    문 :	4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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