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는 손바닥만한 밭을 일궜다.

파란 하늘이 가을이라고 손짓한다. 왜 파란 색갈이 슬퍼보일까....

이제야 일기장을 열어 볼 생각이 났다. 뭔가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아서이다.

아직도 종료사례란으로 이동된 줄 알았는데 그냥있는 것이 조금은 위로가 된다.

아직도 모든 것이 생생하기만 하다. 그동안 마음을 추스리며 아린 가슴을 보다듬었다.

모든 욕심을 버린다고 했지만 왜 이렇게 어려운지.

아마도 불가에서 사제 중에  고(苦) - 집(集) 이리라.

하늘이가 손을 내저으며 울던 모습이 자꾸 눈 앞에 어른 거린다.

잘 지내겠지 속으로 수없이 중얼거리지만, 요즘도 언뜻언뜻 하늘이 소리를 들으며 산다.

무슨 소리가 날 때,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거나 불현듯 의자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이내 피식 웃는다. 아래 밤에도 달려와 안기는 꿈으로 한 동안 뒤척였다.

한 번 경험이 있으니 좀 덜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밀려오는 바람은 정 반대였다.

보내기 전 일주일, 보내고 일주일 식구랑 둘 다 몸살을 했다. 그러니 하늘이는 오죽 했으랴.

그날 남아있는 장난감들은 패잔병처럼 너부러져 있었다. 우린 말없이 하나 자루에 넣어버렸다.

그래도 이 구석, 저 구석에서 자꾸 나타난다. 온 서랍 속에도, 마루에도, 집 주위에도 하늘이가 숨어있다.

속 내를 숨기고 안그런척해도 겉으로 나타나는 가보다. 사람들의 인사도 듣기 싫어진다.

다음에는 하지 말란다. 자꾸 청소를 하고 정리를 해도 뭔가 늘 부족하다.

애들이 추석에 내려왔다. 입양이야기가 나온다. 나중에 아빠가 못키우면 자기들이 키우겠단다.

말이라도 고맙다. 이렇게 아이들의 생각이 커진것만해도 감사한 일이다.

대안가정 아이들과 보낸 몇년들이 너무나 소중하고 행복했고 감사했다.

늘 준 것보다는 얻은 것이 많았고 배운 것이 많았다.

늘 이런 일을 곁에서 겪어야 하는 김명희 국장, 또 예쁜 민경, 효점씨에게 머리가 숙여진다.

솔직히 가끔 생각날 때 기도했다. 아마 앞으로는 더 뜸해질지 모르지만, 복 받을 것이다.

그만 줄여야 겠다. 왜 이렇게 마음이 바쯘지...

뭔가 하고 싶은 말은 말은데, 글보다 생각이 앞서가 뒤 따라갈 수가 없다.

몇자 적으려면 벌써 생각은 저 멀리 줄행랑쳐 버린다.

아뭏튼 우리와 인연이 닿았던 꼬마들아,

세상은 너희 것이다. 훨훨날거라. 아주 높이, 멀리!

그리고 영원히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