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다혜 생일이었답니다.
생일을 엄청 기다린 다혜는 10월달부터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생일타령을 해왔답니다.
담임선생님도 편지와 함께 초코파이를 주셨고,
방과후교실 선생님도 다혜 생일날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의논해오실 정도였지요.
다혜의 기대와는 딴판이었겠지만 조촐하게 생일을 보냈습니다.
사실 이번 생일에 엄마와 함께 보낼 수 있도록 하려고 주선했는데
엄마쪽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냥 우리집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조용한 생일축하가 다혜에겐 낯설었을까요?
하지만 그게 우리집 문화인 걸 어쩌겠어요.

미역국 끓여 밥 먹고 좀 쉬다 케익으로 축하파티를 시작했습니다.

생일축하 노래를 하고나서 다혜가 촛불을 불어 끕니다. 한개가 잘 안꺼져서 한참 걸렸네요.

케익을 먹으면서 살짝 웃네요. 자꾸 사진을 찍어대니 어색한가봐요.

큰엄마와 큰아빠는 따뜻한 겨울사파리와 기모청바지를 선물했답니다.

지난 6년간 다혜를 양육해온 대안가정 엄마가 보내주신 선물입니다. 잠옷 너무 이뻐요.
그리고 작은엄마가 대안가정 일기마을에 올려주신 글을 예쁘게 인쇄해서 다혜에게 전해주었답니다.
방으로 가지고 들어가더니 한참동안 나오지 않네요.

그동안 다혜에게 변화가 좀 있었습니다.
3개월만에 드디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지난번 시험결과가 정말 충격적이었거든요.
그걸 기회로 다혜와 대화를 했는데, 동기부여가 된 것 같아요.
방과후교실 수업을 하는 어린이집 선생님 말씀도 이젠 꽤 열심히 한다고 합니다.

다혜는 확실히 음악에 재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노래를 할때는 또랑또랑하고 힘있는 목소리로 정확하게 부릅니다.
그리고 피아노레슨도 적극적이고 바이올린도 많이 늘었습니다.
요렇게 되기까지 바이올린이 하나 작살이 나는 댓가를 치루었지요.
음악에 재능이 있는게 분명한데도 피아노도 바이올린도 억지로 하던 중에 어느날 바이올린을 부러뜨린겁니다.
그걸 기회로 다혜와 심도깊은(?) 대화를 시도한 결과 바이올린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지게 되었답니다.
이제 바이올린을 못할 상황이라고 생각하자 안달이 난겁니다.
초등학교 2학년짜리 데리고 삶을 이야기 한다는게 참...
그런데 의외로 다혜와 대화가 되었고 이후 바이올린에 특별한 애착을 보이네요.

매일 숙제하고 일기 쓰고 다음날 학교갈 준비하는 것까지 스스로 잘 합니다.
그런데 아직 아침에 스스로 일어나는 건 안되네요.
오후 9시면 일기 쓰고 잠자리에 드는데 아침에 일어나는 건 8시가 넘어야 하니...
아이가 잠을 너무 많이 자는거 아닌가 싶어 오히려 걱정입니다.
작디 작은 다혜 머리 속에 아니 가슴 속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그 무엇이 있는 것 같습니다.

참, 다혜 그동안 엄마를 좀 더 자주 만났습니다.
한 달에 한 번은 병원으로 엄마를 만나러 갑니다.
앞으로는 엄마랑 외가에서 하루밤을 같이 지내는 걸 계획하고 있습니다.
외가 식구들의 절대적인 협조가 필요한 일인데 지금 외가에 급작스런 일이 발생해서 미루어졌습니다.
아마 이번 크리스마스부터 그리 되지 않을까 싶네요.

다혜랑 혜성이는 하루에도 몇번씩 싸우면서 놉니다.
둘이 같이 신나게 컴퓨터게임을 하다가도 다투고, 화장실 가는 것도 서로 먼저 가겠다고 다투고, 그야말로 다툴거리가 무궁무진입니다.
몸으로 치고받고 하는거 아니면 대충 넘어갑니다.
이러고 사는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