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진 혜윤이

혜윤이 지난해는 학교에서 방과후에 실시하는 특기적성교육으로 영어를 공부했는데, 올해는 미술을 수강신청했다.
지난해 영어 할 때는 2학기부터 합류한 터라 알파벳 익히는것부터 힘이 많이 들었고, 진도를 따라잡는 건 아예 불가능했었다.
게다가 처음에 하고싶다는 말과는 달리 점점 흥미를 잃어가더니 스트레스도 받는 것 같았다.
올해는 혜윤이가 하고 싶어하는 미술을 신청했는데 준비물이 엄청나다.
물감은 00회사 제품으로 20색 이상, 파레트는 검은색 철파레트로 00회사 제품, 붓은 00회사 제품의 둥근붓으로 8호와 10호 등 초등학교 2학년이 취미삼아 배우는 차원이 아니라 무슨 입시학원에 다니는 학생들 준비물 같다.
이것 저것 자잘한 것까지 열가지가 훨씬 넘어서는데 대부분 새로 구입해야 할 판이다.
혜윤이가 신나 하니 준비물이야 사면 되는데 배우는 학생이 4명이란다.
두 달 지난 다음에 폐강될까봐 겁난다.

오늘부터 혜윤이는 동네 학원에 다닌다.
하루에 1시간 30분 정도 수업을 하는데 혜윤이 또래의 저학년 아이들이 많았다.
선생님 두분도 다 인상이 좋은 여성이었고, 혜윤이의 상황을 대략 이야기 하자 영어교육비는 감면해주겠다고 했다.
어제 상담받은 곳에 비해 교육비는 비쌌지만, 분위기가 밝고 신뢰가 가서 바로 혜윤이 데려다 앉혀놓고 학원비랑 교재비를 송금했다.
너무 빡시게 공부시키지 마시라고, 재미있게 지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그동안 혜윤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사무실 한쪽에 앉혀놓고 숙제를 하거나 책을 읽도록 했다.
책을 읽으라니 읽기는 하는데 제대로 읽는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따로 공부를 봐줄 형편도 아니라 걱정이었다.
특기적성교육도 확정되고 학원도 정하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하다.

이    름 :	돌깡패
날    짜 :	2007-03-22(18:35)
방    문 :	6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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